- ‘교과서 밖’ 민주주의를 마주한 1만 4천여 명의 청소년들
- 교육, 기후, 복지··· 주변인에서 '당사자'로 중심에 서다
- 제도적 한계 장벽을 넘어 공적 제도로의 전환을 향해
![[사진자료]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안동 청소년 모의투표 진행.jpg](/data/editor/2606/20260607065553_gggxhhbb.jpg)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이 전국 청소년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모의투표에는 시도지사 선거에 14,716명, 교육감 선거에 14,763명, 기초단체장 선거에 7,175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주권자로서의 당당한 권리를 행사했다.
지역 현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안동 원도심 문화의거리 광장에서는 선거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프라인 모의투표소가 문을 열었다. 이날 온·오프라인을 통해 경상북도지사, 경상북도교육감, 안동시장 모의투표에 참여한 청소년은 총 136명에 달했다.
비록 법적 투표권은 없었지만, 청소년들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자신들의 삶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바꿀 기준을 세워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이들에게 투표는 단순한 ‘어른들의 축제 흉내 내기’가 아닌, 민주주의의 주체로 우뚝 서는 엄숙한 첫걸음이었다.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은 단순히 선거 과정을 미리 체험해보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정치와 사회를 몸소 배우고,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자신의 의견을 공적으로 표출하는 ‘살아있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교육, 기후위기, 안전, 교통, 복지, 인권, 지역 발전 등 삶과 직결된 생생한 의제들을 중심으로 후보와 공약을 청명하게 바라보았다. 이는 청소년이 정치의 변두리에 머무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당사자임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다.
민주주의는 교과서 속 박제된 지식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후보의 공약을 읽고, 친구들과 밤새 토론하며, 지역의 해묵은 과제를 고민하고, 끝내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을 내리는 삶의 경험 속에서 비로소 체화된다. 청소년모의투표는 바로 그 위대한 성장의 과정을 가능케 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다. 이제 청소년민주시민교육의 강화는 선택이 아닌 시대적 책무다.
그러나 이처럼 값진 움직임은 여전히 불안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이 없다 보니, 매 선거마다 시민사회와 청소년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복되는 법적 제약과 행정적 불확실성, 학교 현장의 소극적인 태도, 예산과 운영 인프라의 부족은 청소년들이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이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는 공적 제도로 안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청소년모의투표운동본부는 이번 제9회 청소년모의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세 가지 과제를 강력히 제안했다.
첫째, 학교와 지역사회 내 청소년민주시민교육의 대폭 강화다. 선거와 정치, 정책과 권리, 토론과 참여를 실제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체험하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 참정권 확대 논의의 본격화다. 청소년은 일방적인 보호의 대상을 넘어 엄연한 권리의 주체다.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의 법제화 추진이다. 모의투표의 교육적 목적과 운영 기준,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결과 공개 방식은 물론 학교와 지역사회의 지원 체계를 법과 제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운동본부는 “이번 모의투표는 청소년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실천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제는 사회가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소년에게 정치를 가르치는 것이 위험한 게 아니라, 그들을 정치와 민주주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다. 청소년모의투표의 제도화와 참정권 확대는 한국 민주주의의 지평을 더 넓고 깊게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은 먼 미래에나 등장할 ‘예비 유권자’가 아니다. 오늘날 학교와 지역, 사회 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이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당당한 시민이다. 제9회 청소년모의투표의 막은 내렸지만, 이들의 외침을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해야 할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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