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일, 우리나라는 전국 단위의 자치경찰제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는 단순히 경찰 조직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관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자치경찰은 국가 중심의 치안체계를 주민 중심 치안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자치경찰은 “지역의 치안은 지역 주민의 의사와 지역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경찰제도”라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치안을 통제하는 국가경찰제와는 달리, 자치경찰은 지방정부와 주민이 지역의 치안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즉,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범죄예방과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보호, 교통안전 등을 수행하는 주민밀착형 경찰체계이다.
자치경찰이 중요한 이유는 치안 환경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농촌과 대도시의 범죄 양상이 다르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안 요소 역시 다르다. 중앙집권적 치안체계로는 지역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가 필수적이다. 또한 자치경찰은 주민 참여를 통해 경찰 활동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요 선진국들은 각 국가의 특성에 맞게 이미 오래전부터 자치경찰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대표적인 지방분권형 경찰제 국가다. 뉴욕경찰(NYPD), 로스앤젤레스경찰(LAPD)처럼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경찰권을 행사하며, 주민과 지방의회가 경찰 운영을 통제한다. 영국은 지역 경찰청별로 경찰·범죄위원(PCC)을 주민이 직접 선출해 치안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도도부현 경찰체계를 통해 지방 공안위원회가 경찰을 관리·감독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주민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치안의 최종 목표를 “주민 신뢰 확보”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자치경찰제도 출범 이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생활안전 중심의 치안 서비스가 강화되었다.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 맞춤형 치안정책을 추진하며 학교폭력 예방, 여성안심귀갓길 조성, 노인 교통안전 대책 등 주민 체감형 정책을 확대했다. 둘째, 지방행정과 경찰행정의 협업이 활성화되었다. 복지·교육·교통정책과 연계한 통합적 지역안전정책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다. 셋째, 주민 참여형 치안 활동이 확대되었다. 지역 주민 간담회, 주민 의견수렴, 공동체 치안활동 등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경찰과 지역주민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자치경찰제는 여전히 “절반의 자치경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질적인 권한 부족이다. 현재 자치경찰은 조직·인사·예산 권한이 제한적이며, 국가경찰 중심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치경찰위원회가 독립적 정책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한 시·도별 재정 격차로 인해 치안서비스 수준의 불균형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민들 상당수가 자치경찰의 존재와 역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현실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재명 정부에서 자치경찰이 성공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자치경찰의 실질적인 권한 확대이다. 조직과 인사, 예산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행정이 가능하다. 둘째, 주민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주민 공청회, 치안협의체, 주민평가제 등을 활성화해 주민 의견이 치안정책에 직접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역할 조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적 범죄 대응은 국가경찰이 맡고, 생활안전과 예방 중심 치안은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체계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넷째, 자치경찰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자치경찰의 핵심은 지역주민이다.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는 자치경찰은 이름만 존재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주민이 경찰활동에 관심을 갖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때 비로소 자치경찰은 살아있는 민주적 치안체계가 된다. 치안은 경찰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만드는 공동의 안전 자산이다.
자치경찰의 완성은 제도의 출범이 아니라 주민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제 우리는 “주민 곁의 경찰”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치경찰의 미래이며, 지역 공동체 안전의 출발점이다.
이 사진은 필자가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때, 대구중부경찰서 시민경찰들을 중심으로 조직한 ‘동성로 시민경찰대’다. 코로나19가 아직 한창이던 시절 시민과 경찰이 협력하여 방범 도보순찰을 통해 안전한 동성로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초대 장문기 대장과 박은영 경감이 많이 고생했다.
BEST 뉴스
-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향한 열쇠 ! 대마(Hemp) 친환경 소재 산업화가 답이다
한국햄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보건학박사 김문년(좌측)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 선언과 가파른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석유화학 기반의 고탄소·플라스틱 자원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생태 친화적인 순환형 소재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
수사정보 유출,‘시스템’으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제1기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최근 대구에서 경찰관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다만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수... -
방치된 탐정 시장과 사적 제재, 국가가 응답하라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편에서 국민들은 묻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이 범죄 피해를 보았을 때, 국가는 즉시 우리를 보호해 줄 ... -
피해자의 골든 타임, ‘현장 경찰’의 손에 달려 있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제1기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수사와 기소의 분리,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의 출범 등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명칭이나 권한 배분보다 국민이 진정으로 묻고 있는 것... -
문신과 범죄 사이, 우리가 놓친 거리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경북 경산에서 전신 문신을 한 20대가 친구를 살해한 뒤 나체로 거리를 배회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사건의 잔혹성과 함께 ‘전신 문신’이라는 외형이 부각되면서, 문신과 범죄를 동일시하는 시선이 다시 고개... -
상품권 사채, 서민을 노리는 신종 불법사금융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서민들의 급전 수요는 커지고, 이를 악용한 범죄는 더욱 교묘해진다. 최근에는 대출과 상품권 거래를 결합한 이른바 ‘상품권 예약판매 사채’ 가 등장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법은 간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