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서민들의 급전 수요는 커지고, 이를 악용한 범죄는 더욱 교묘해진다. 최근에는 대출과 상품권 거래를 결합한 이른바 ‘상품권 예약판매 사채’ 가 등장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법은 간단하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업자가 현금을 먼저 지급한 뒤, 며칠 또는 몇 주 후에 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보내도록 요구한다. 예를 들어 50만 원을 지급하고 9일 뒤 8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상품권 예약판매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고율의 이자를 붙여 돈을 회수하는 불법사금융이다.
업자들은 “상품권을 사고판 것일 뿐 대출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적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서의 명칭이나 거래의 외형이 아니라 실제 내용이다. 돈을 먼저 지급하고 일정 기간 뒤 원금보다 많은 금액을 받는다면, 상품권이라는 외피를 쓴 대부 행위인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추심 방식이다. 과거 불법사채업자들이 폭행, 폭언과 협박, 개인정보 유포 등으로 피해자를 압박했다면, 최근에는 피해자가 약속한 상품권을 보내지 못할 경우 “돈을 지불했는데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며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는 고율의 이자를 받기 위한 거래였지만, 이를 정상적인 상품권 매매로 위장해 수사기관을 채권추심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허위 또는 과장 고소는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하루아침에 피의자(범죄자) 신분이 되고, 가족이나 직장에 알려질까 두려워 또다시 돈을 마련해 합의하려 할 수 있다. 형사사법 절차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불법사채업자의 압박 수단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상품권 사채는 공식 통계만으로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피해자 상당수가 자신이 불법 대출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오히려 상품권 사기범으로 오해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자가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직장 정보 등을 확보해서 협박하면 신고 이후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드러난 피해보다 실제 피해가 훨씬 클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거래를 경계해야 한다.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당일 대출이 가능하다”, “상품권만 보내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은 정상적인 거래가 아닐 수 있다. 신분증 사본이나 가족 · 지인의 연락처, 휴대전화 주소록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즉시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피해를 입었다면 계약서, 문자와 메신저 대화, 계좌이체 내역, 통화 녹음, 상품권 전송 기록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고소를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로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 거래의 전체 경위와 상대방의 요구 내용을 경찰 등 수사기관에 사실대로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법사금융 피해는 금융감독원 1332, 긴급한 협박이나 신변 위협은 112로 신고할 수 있다.
수사기관도 상품권 사채 사건을 단순한 상품권 거래 사기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자금의 흐름, 상품권의 이동, 상환 조건, 개인정보 요구와 협박 여부를 종합해 거래의 실질을 밝혀야 한다. 특히 허위 고소가 불법 채권추심 수단으로 이용됐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수사기관을 악용한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도 중요하다. “당일 현금”, “상품권으로 상환”, “신용불량자 가능”과 같은 불법 대출 광고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반복적으로 광고를 올리는 계정과 전화번호 · 계좌정보를 관계기관과 공유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실제 피해 사례를 SNS 등과 카드 뉴스로 제작해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홍보해야 한다.
상품권 사채는 단순한 신종 사기가 아니다. 서민의 절박함을 이용해 고율의 이자를 챙기고, 필요하면 형사고소까지 동원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변종 불법사금융이다.
무슨 거래를 하든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멈추어야 한다. 또한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증거를 남겨야 하고, 피해를 입었으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 서민의 절박함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시민의 경각심과 관계기관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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