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규모에 비해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자동차의 휴식공간인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불법주정차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문제는 그 ‘잠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불법주정차는 더 이상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 요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불법주정차는 특정한 지역이나 시간대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가 골목과 상업지역, 학교 주변, 심지어는 간선도로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배달 · 택배 차량의 증가와 맞물리며 ‘잠깐 정차’라는 명분이 일종의 사회적 면죄부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욱 심각한 것은 관계 당국의 단속의 한계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개학 시기 등 특정한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단속을 실시하는 ‘이벤트성 대응’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00 구청은 신학기에 맞춰 9일간 특별단속을 실시했는데, 이는 상시적인 위험에 비해 일시적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불법주정차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서술함과 도시 구조의 한계가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문제가 가장 위협적으로 나타나는 장소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다. 어린이는 키가 작아 차량 사이에 가려지기 쉽고, 행동 예측도 어렵다. 여기에 불법주정차 차량이 더해지면 도로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된다. 실제로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주차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여럿 있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판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보호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지금의 어린이 보호구역은 ‘표지판 중심’이지 ‘공간 통제 중심’이 아니다. 노란색 도색과 안내판만으로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심야 등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시간에 스쿨존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린이의 안전 보다는 효율성과 편의성만을 앞세우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다. 안전은 조금 과하게 해도 된다.
주요 선진국들은 불법주정차 문제를 단속 강화만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영국은 ‘스쿨 스트리트’ 정책을 통해 등 · 하교 시간 동안 학교 주변 차량 통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단속이 아니라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물리적인 차단과 카메라 기반의 자동 단속을 결합해 실효성을 확보했다. 네덜란드는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를 통해서 학교 주변 도로를 사실상 보행 공간으로 전환하고, 차량 속도를 구조적으로 억제한다. 불법주차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도로 폭과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은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주차공간 확보를 의무화하는 차고지 증명제를 통해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관리한다. 이는 차량 증가와 주차공간 부족 간의 구조적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선진국들 사례의 핵심은 분명하다. 불법주정차를 ‘잡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다. 우선, 어린이 보호구역의 ‘차량 통제구역화’가 필요하다. 등·하교 시간에는 원칙적으로 차량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 학부모의 편의성 제공과 악성 민원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또한, AI 기반의 상시 단속 시스템을 구축해서 단속의 공백을 없애야 한다. 고정식 CCTV와 이동식 단속을 넘어서 실시간 데이터 기반 자동 과태료 부과 시스템을 도입해 ‘단속의 상시화’를 실현해야 한다. 아울러, 불법주차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보행 공간의 확대와 차로 축소, 물리적 차단시설 설치 등으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불법주정차는 ‘편의’가 아니라 ‘위험’이다. 불법주정차는 단순한 질서 위반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야를 가리고, 어린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불법주정차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동차를 피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라 차가 멈추는 사회여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이다.
필자는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상임위원) 재직 시절,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통안전 예방 교육과 캠페인을 많이 했다. 아래 사진은 대구경찰청과 함께 한 대구 동일초등학교 교통안전 예방 캠페인이다.

BEST 뉴스
-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향한 열쇠 ! 대마(Hemp) 친환경 소재 산업화가 답이다
한국햄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보건학박사 김문년(좌측)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 선언과 가파른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석유화학 기반의 고탄소·플라스틱 자원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생태 친화적인 순환형 소재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
이웃간 분쟁, 따뜻한 사회 안전망으로 풀어야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건 피의자와 관련해 최근 8개월 동안 세 차례 112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전날에는 주... -
대구·경북의 생존, ‘앵커기업’에 달려 있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우리 지역의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무산되었고, 대구 신공항과 군부대 이전은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그 사이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인구는 줄고,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 -
사건에 흔들리지 않는 개혁, 국민을 위한 수사 · 기소 분리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형사사법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양날의 칼이다. 그렇기에 개혁의 본질은 분명하다. 권한은 나누고, 책임은 분명히 하며, 절차는 투명하게 하... -
수사정보 유출,‘시스템’으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제1기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최근 대구에서 경찰관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다만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수... -
정의는 권한이 아니라 균형에서 완성된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광주 장윤기 사건은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민낯을 드러낸 비극적 사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그 책임이 무너졌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