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과 상실의 시대를 관통하는 치열한 시적 증언
- 디지털 시대 속 인간성의 흔적과 생존의 의미 탐색
- 절망 너머 인간다움을 향한 애도와 희망의 언어

불안과 상실이 일상이 된 시대, 인간 존재의 위기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한 시집이 출간됐다.
김균탁 시인의 신작 시집 『멸종 위기종 인간』이 달아실시선 113권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2019년 『시와 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 시인은 첫 시집 『엄마는 내가 일찍 죽을 거라 생각했다』와 청소년 시집 『마음은 풍선처럼 예민하니까』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시집은 상실과 고독, 생존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더욱 깊고 치열하게 확장한 결과물이다.
『멸종 위기종 인간』은 총 4부로 구성됐다. 개인의 우울과 상처에서 출발해 사회적 불안과 시대적 비극, 노동과 빈곤, 기억과 애도의 문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표제작 「멸종 위기종 인간」은 절망과 생존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오늘날 인간이 처한 실존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균탁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기호와 숫자, 시각적 배열 등 실험적인 형식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형식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가장 낮고 아픈 곳을 응시하며 상처 입은 존재들의 목소리를 시 속에 담아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감각과 관계가 어떻게 소멸해 가는지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끝내 남아 있는 인간성의 흔적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너의 등 뒤에 헤어진 단어들을 새겨 넣었습니다. 곧 멸종할 우리를 위해 길게 늘어진 그림자 위로 마지막 단어를 몰래 그려 넣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사라져가는 인간성과 무너져가는 관계, 잊혀가는 존재들의 흔적을 기록하려는 시인의 문제의식이 응축된 대목이다.
박준 시인은 “시인의 한쪽 눈은 참혹한 삶의 시간에 몰리고 쫓긴 여린 것들을 살피고, 다른 한쪽 눈은 눈물을 흘리며 지나온 세계를 바라본다”며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를 어렵고도 온전하게 사랑한 기록이 시집 곳곳에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멸종 위기종 인간』은 절망의 시집이 아니라 절망 이후에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집”이라며 “폐허 속에서도 이어지는 마지막 호흡 같은 인간다움을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번 시집의 책임편집을 맡은 박제영 시인 역시 “디지털 가상 세계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무뎌진 감각을 깨우고, 우리 안의 인간성을 구출해내는 정중하면서도 은밀한 저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 위기종 인간』은 단순히 절망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도이자, 끝내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들의 희망을 담아낸다. 디지털 기호와 차가운 현실 사이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묻는 이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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