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국학진흥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간 맞춰 벡스코서 ‘한국의 편액’ 순회전 개최
- 하회·도산서원 실물 편액 25점 전시… 미디어아트와 다채로운 체험으로 기록유산 가치 전달

대한민국 최초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 전 세계의 이목이 부산으로 집중된 가운데, 세계유산의 처마 아래를 지켜온 세계기록유산이 전시장에 걸렸다.
한국국학진흥원은 7월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한국의 편액 – 세계유산의 공간에서 세계기록유산을 만나다> 순회전시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196개 협약국 대표단과 유네스코 관계자 등 3,000여 명이 집결한 세계유산위원회 기간에 맞춰 기획되었으며, 오는 7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편액(扁額)은 건물의 이름을 새겨 처마 아래 걸었던 현판이다. 과거 선조들에게 공간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그 공간에 철학적 뜻을 부여하는 일이었다. 건축과 기록, 서예와 철학이 한 장의 나무판 위에서 만나는 예술품인 셈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편액은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되며 그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편액 25점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실물 전시 구역이다. 전시장 앞면에는 안동 하회마을의 옛집들과 병산서원에서 온 편액 10점이, 뒷면에는 도산서원 편액 12점이 서로 마주 보며 걸린다. 서애 류성룡의 하회와 퇴계 이황의 도산이라는 조선 지성사의 두 거대한 물줄기가 남긴 이름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퇴계가 제자를 가르치던 ‘도산서당(陶山書堂)’ 편액을 포함한 3점은 투명한 아크릴타워에 담겨 세월이 새겨진 나뭇결과 생생한 글씨의 미감을 눈앞에서 고스란히 뿜어낸다.
이번 전시는 공간을 이동할 수 없는 ‘세계유산’의 한계를 그곳에 걸려 있던 ‘기록유산’의 이동을 통해 보완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관람객들은 안동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세계유산의 숨결이 담긴 편액을 실물로 만날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의 대표단 역시 문서와 화면으로만 보던 한국의 유산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게 된다.

전시장 구성 또한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실물 편액에 미디어아트를 융합하여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도입부의 몰입형 영상 콘텐츠는 임금이 내린 이름이 나무에 새겨져 도산서원에 걸리기까지의 과정을 3분간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참여형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는 공간에서 시간으로, 다시 마음으로 이어지는 편액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펼쳐낸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자신만의 공간에 이름을 붙여보는 ‘나만의 편액 만들기’를 비롯해 캘리그라피 체험, 커스텀 티셔츠 제작, 스탬프 투어, 즉석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편액네컷’ 등이 운영된다. 이를 통해 전 연령층의 관람객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도 한글과 한자로 자신만의 편액을 만들며 한국의 오랜 유교 문화와 소통하게 된다.
이번 부산 전시는 지난 5월 청주 오스코, 6월 수원 스타필드에 이어 마련된 세 번째 순회전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에서 대를 이어 지켜온 전통기록유산 69만여 점을 소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기록유산 전문기관이다. 이번 순회전시는 수장고 속에 머물던 기록유산을 국민의 일상 가까이로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다. 부산 전시가 끝난 후에는 전주(8월 21일~23일, 문화공판장 작당)를 거쳐 안동(10월 28일~31일,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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