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윤기 사건과 이른바 ‘거제왕’ 사건, 그리고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경찰관 음주 교통사고 수사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들인 만큼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잘못이 드러난 관련자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세 가지 사건을 접한 14만 경찰관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사 정보를 사적으로 묻고 답하는 관행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분명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는 지인이나 인맥을 동원해 사건 진행 상황을 슬쩍 물어보는 행위를 일종의 ‘능력’이나 ‘정’으로 포장하는 잘못된 문화가 일부 존재했다. “세상을 잘살려면 주변에 검사나 판사, 경찰, 의사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생생하게 목격했다. 경찰과 인맥이 닿는 사람을 매개로 수사 중인 사건의 내용을 가벼운 마음으로 묻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이다.
이제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분명한 공식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인맥을 통해 사건을 알아보려다가는 나도, 부탁을 들어준 경찰관도 함께 패가망신(敗家亡身)할 수 있겠구나.”
수사 상황을 묻는 행위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사소한 부탁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와 사법 절차를 방해하고, 범죄를 부추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를 알려주는 행위 역시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할 수 있으며,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들은 이러한 사실을 우리 사회가 뼈아프게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수사 정보 유출은 온정주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무관용 원칙의 대상이다. 영국에서는 경찰관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지인의 부탁으로 수사 데이터베이스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행위도 중대한 비위로 다뤄진다. 미국 역시 경찰 내부 정보망의 사적 이용을 엄격히 처벌하며, 이러한 행위를 공직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로 간주한다. 친분을 이유로 수사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국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문민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감찰과 부정부패 척결 정책이 추진되면서, 오랫동안 묵인되던 공직사회의 촌지 관행이 급격히 사라진 전례가 있다. 이번 수사정보 유출 사건 역시 우리 경찰이 낡은 관행과 온정주의를 끊어내고, 조직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발생한 몇 가지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일시적으로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공직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공직자들의 인식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점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관행으로 치부되던 행위가 이제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법·부당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경찰청도 경찰 내부의 수사 공정성과 감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혁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 감찰 기능을 인권감사관실로 이관·개편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강력한 내부 비리 수사 조직을 출범시키는 방안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또한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상피제도(相避制度)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선제적 대책들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다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찰관 개개인의 윤리의식과 조직 내부의 단호한 자정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는 사람의 부탁”이라는 이유로 수사정보를 묻지도, 알려주지도 않는 문화가 경찰 조직 전체에 뿌리내려야 한다.
역사는 몇 가지 굵직한 사건과 뼈아픈 반성을 거치며 한 단계씩 발전하는 법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수사정보 보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대한민국 경찰이 낡은 관행과 온정주의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더욱 공정하고 성숙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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