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이 늘고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최근 사회부 기자들이 필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고 통계상 가정폭력은 분명 증가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북도 내 가정폭력 신고는 7,8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36건)보다 15.0%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가정폭력 신고도 18.9% 증가했다.
경찰은 이러한 증가 원인을 가정 내 단순 다툼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현장 대응의 변화와 주민들의 신고 의식 향상으로 설명한다. 타당한 분석이다. 과거에는 ‘집안일’이라며 외면하던 문제를 이제는 범죄이자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피해자와 이웃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고 증가를 단순히 경찰 개입이나 신고 의식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가정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와 실업, 부채 부담, 주거 불안, 돌봄 스트레스가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술과 약물, 감정 조절 실패,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이 더해지면서 사소한 언쟁이 폭력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주먹과 발길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욕과 협박,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 경제적 압박,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위치 추적 등 정서적·경제적·디지털 폭력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지난 1년 동안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이 5.9%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별거·동거 종료를 경험한 사람 가운데 절반이 이별 전후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관계가 끝나는 순간이 오히려 더욱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정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폭력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고성이 오가고 물건을 던지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폭행과 협박, 재산 통제, 자녀를 이용한 보복으로 확대된다. 피해자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경제적 어려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망설인다. 가해자는 ‘부부싸움이었다’, ‘술에 취해 그랬다’, ‘가족 문제에 경찰이 왜 개입하느냐’라며 항변한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사적인 다툼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기에 피해자의 일상과 자존감, 안전을 장기간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다.
경찰의 대응도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신고가 접수된 순간부터 재발 가능성과 보복 위험을 세밀하게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를 분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과거 신고 이력, 흉기 소지 여부, 음주와 약물 문제, 이별 과정의 위험성, 자녀에 대한 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또한, 고위험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장 출동 경찰관의 판단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여성긴급전화 1366, 피해자 보호시설,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아동보호기관, 법률·의료기관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경찰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경찰의 신속한 개입과 지역사회의 촘촘한 보호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신고 이후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피해자가 신고했다는 이유로 더 큰 보복을 당한다면 누구도 경찰을 찾기 어렵다. 임시숙소와 긴급보호, 스마트워치와 같은 안전장비 지원,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 확보, 피해자 상담과 법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해서도 재범 위험성에 따른 상담과 치료, 음주·분노 조절 프로그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처벌만으로는 반복되는 폭력의 고리를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추석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이는 반가운 명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장시간의 이동과 과도한 가사·돌봄 부담, 경제 문제, 음주, 명절 노동의 불평등, 가족 간 오래된 감정이 한꺼번에 충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가 평소보다 6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즐거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불편한 질문과 비난을 줄이고, 음주 후 언쟁을 피하며, 갈등이 심해질 경우 잠시 자리를 피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경찰은 추석 연휴가 비상이다. 고위험 가정을 사전에 점검하고, 신고 다발지역과 재발 우려 가정에 대한 순찰과 안전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 명절 기간 112 신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유관기관과 비상 연락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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