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을 계기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임명하기 전, 국회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정책적 소신을 검증하는 절차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직위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인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주요 고위공직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다만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어,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할 만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공직자로서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할 준비가 되었는지다. 장관은 단순한 정치적 참모가 아니다. 각 부처의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러나 현재의 인사청문회는 정책 능력보다 도덕성 검증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부동산과 세금, 병역, 자녀 교육과 논문 표절 등과 관련된 의혹을 확인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청문회가 후보자의 과거 흠결을 들춰내고 망신을 주는 데 그친다면, 인사청문회 본래의 취지와 목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청문회 모습을 보면 여야가 정책과 국정 비전을 논의하기보다 상대 후보자를 공격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의가 진행되고, 의혹 제기와 해명이 반복되면서 정작 후보자의 정책 능력과 행정 역량은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능력 있는 인재의 공직 참여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가 낙마하거나 가족과 사생활까지 과도하게 파헤쳐져 큰 곤욕을 치르는 일이 반복되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사들이 장관직을 고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결국 국민에게 필요한 진짜 인재보다 정쟁과 정치적 논란에 익숙한 인물만 공직에 남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는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등 주요 각료를 임명할 때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받는다. 후보자는 상원 관련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경력과 정책, 직무 수행 방향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한다.
미국 역시 정파적 공방이 존재하지만, 후보자의 재산과 이해충돌, 신원 등에 관한 정밀 검증은 사전에 진행하고,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과 직무 수행 능력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제도적으로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도 이제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자료심사나 사전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통해 엄정하게 진행하고, 국민에게 공개되는 청문회장에서는 후보자의 정책 능력과 국정 운영 방향을 중심으로 검증해야 한다. 중대한 도덕적 문제가 확인되면 당연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지엽적인 흠결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지명 전 사전 검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에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도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답변을 하는 경우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후보자와 그 가족의 사생활,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를 망신 주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장관 후보자의 능력과 책임성을 설명하고, 향후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인지 검증하고 확인하는 자리다. 대통령은 검증을 철저히 통과할 수 있는 인사를 신중하게 발탁해야 하며, 국회는 정략적 흠집 내기에서 벗어나 국가적 관점에서 후보자를 판단해야 한다.
도덕성은 기본이자 필수다. 그러나 도덕성만으로 장관의 모든 자격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한두 가지 흠결이 있다고 해서 정책 능력과 국정 수행 역량까지 전면 부정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정책 비전이 있다는 이유로 중대한 도덕적 결함을 덮어주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힌 인사 검증이다. 정말 유능한 사람이 마음 놓고 공직에 진출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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