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일명 ‘거제왕 사건’과 ‘광주 장윤기 사건’ 등으로 인해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거나 지역 비리와 결탁했다는 의혹은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고, 경찰 역시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경찰 전체를 ‘향찰(鄕察)’이나 ‘토착 비리 집단’으로 폄훼하고, 그동안 쌓아온 치안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마녀사냥식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어렵게 구축한 대한민국 치안의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밤늦게 도심을 돌아다녀도 안전하다고 탄성을 지르는 바탕에는, 수십 년간 현장에서 주민들과 호흡하며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 온 우리 경찰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 치안의 핵심 동력은 ‘지역사회 경찰활동(Community Policing)’에 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와 CCTV 확충, 자율방범대·녹색어머니회·해병전우회 등과의 민·관 합동 순찰, 시민경찰학교 운영 등은 주민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친근한 경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K-치안’은 경찰관 개인의 힘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경찰이 함께 빚어낸 소중한 공동체 유산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해결책으로 경찰관의 자주 자리를 옮기는 ‘강제 순환근무제’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경찰행정학자이자 공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시각에서 이는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지역 사정에 어둡고 주민과의 유대감이 끊어진 경찰이 어떻게 현장 밀착형 범죄예방과 치밀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끊어버리는 대책은 결국 치안 공백과 안전망의 해체로 이어질 뿐이다.
잘못된 부분은 철저히 수술하고 재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이다. 그러나 과오를 바로잡는 과정이 치안 현장에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다수 경찰관들의 사기를 꺾고, 지역 치안 패러다임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한 번 무너진 안전 시스템을 다시 복원하려면 수십 배, 수백 배의 비용과 시간이 든다. 경찰은 이번 위기를 뼈를 깎는 혁신의 계기로 삼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시민들 역시 과도한 비난보다는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우리 경찰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과 엄정한 경책을 함께 보내주어야 할 때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경찰과 시민이 함께 지켜나가는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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