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교육청, 학도병 기록물 전시회 ‘소년의 시간’ 개최
- 90대 참전 용사 21인 구술, 유품, 빛바랜 학생증 등 최초 공개
- 행정문서 너머 전장의 참혹함과 평화의 가치 일깨우는 교육의 장

펜 대신 총을 들고 전장으로 향했던 75년 전 소년들의 빛바랜 기록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경북교육청은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본청 1층 전시 공간에서 ‘경상북도 학도병 기록물 수집 및 정리 사업’의 성과를 도민들과 공유하는 기록물 전시회 ‘소년의 시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4년부터 경북교육청이 추진해 온 학도병 기록물 발굴 사업의 결실이다. 6·25전쟁 당시 학업을 중단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미래 세대에게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징집으로 입대” 학적부에 새겨진 비극의 역사
전시의 핵심 공간인 ‘기억의 학교’ 코너는 올해 4월부터 진행 중인 도내 중·고등학교 학적부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낡은 학적부 속에는 ‘징집으로 입대’, ‘의병제대(依病除隊)’, ‘상이제대(傷痍除隊)’, ‘종군 중 복교’ 등 단 몇 글자의 짧은 기록들이 선명히 남아 있다. 평범했던 학생의 일상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 소년들이 어떤 상처를 감당해야 했는지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학적부가 단순한 행정문서를 넘어, 역사적 진실을 품은 소중한 기록 자산임을 도민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이름 없이 사라질 뻔했던 수많은 학도병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교육 현장 속 역사 자료의 가치도 새로 발견할 것으로 기대된다.
90대 노병들의 생생한 증언과 유해 발굴 유품의 울림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년간 경북 각지에 흩어져 있던 사료를 모으고 참전 용사와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채록한 귀한 자료들이 대거 공개된다.
이제는 90대가 된 참전 용사 21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구술 채록 기록과 영상자료를 비롯해, 빛바랜 사진 33점, 졸업장 4점, 학생증 1점, 참전 수기 3편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기록물들은 학도병들이 전쟁터에 나가기 전, 우리와 똑같이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음을 상기시킨다.
특히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협조로 전시된 6·25전쟁 관련 유품들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실제 학도병으로 확인된 유해와 함께 수습된 이 유품들은 전장의 참혹함과 소년들의 숭고한 희생을 그 어떤 말보다 강렬하게 웅변한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살아있는 평화 교과서’
경북교육청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전쟁을 겪지 못한 전후 세대들이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감하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되도록 기획했다.
임종식 교육감은 “학적부 속 짧은 문구 하나에도 당시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라며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우리 교육청이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전시가 잊혔던 소년 학도병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고, 그들의 시간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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