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의 패라는 것은, 기묘한 수이다. 여기저기서 싸움이 걸릴 때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꽃놀이하듯 한 수 걸리면 땡잡고 안되면 그만이라서 밑져봐야 본전이다.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또다시 대구ㆍ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권자인 주민들에게는 그리 아시라는 묵시록뿐이다.
세 번이나 무산시켜 놓고 이제는 주민투표 안 해도 다 이해하고 괜히 투표해서 주민들과 지역 간에 갈등만 부추긴다고 그럴듯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어째서 부ㆍ울ㆍ경과 충청 시도지사들과 대구ㆍ경북 시도지사들이 이렇게 다른가? 통합을 이야기하더라도 선후를 가리고 법ㆍ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데, 대구ㆍ경북만 안하무인격이다.
지금 당장 시ㆍ군ㆍ구에서 공무원 월급 주기도 빠듯하고, 서민들의 생활고 지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광역 통합만이 살길이라고 설레발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AI에게 물어보니 행정의 효율성과 균형발전 등의 명분도 내세우지만, 지역의 주도권을 잡아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목적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합시장으로 대권가도를 달리고 규모의 행정으로 큰 사업들을 하고 싶다는 야욕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대의명분도 많다. 그러나 가장 핵심인 주민공동체의 행복과 복리증진은 눈 닦고 찾아봐도 한 구절도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상향식 주민 의견은 들어볼 생각조차 안 하는 오만함은 이미 자격 상실이다.
두 눈과 두 귀로 보고 들어보라. 제주도의 시ㆍ군 복구 요구와 마ㆍ창ㆍ진의 마산과 진해 복구를 외치는 주민들의 원망을… 외국 사례도 확인해 보라. 프랑스 레지옹도 일부 지역은 규모의 경제효과도 있지만, 10년이 넘도록 다시 복구하려는 알자스 지역도 있으며, 전체적으로 행정적 효과는 없고 오히려 예산만 증가하였다(광주MBC).
외국 운운하며 금과옥조처럼 호도하지 말라. 일본, 독일, 영국 등도 행정 효율화 측면에서 통합을 추진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특별연합체로 광역 경제권을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 마스다 보고서도 아베노믹스의 신자유주의 경제주의 성향임을 유의해야 한다. 순수한 지방자치ㆍ분권이 아닌 행정 구조조정 성격도 내포된 것이다.
행정자치부 행정통합 연구 자료도 40여 개의 도농복합 시ㆍ군 통합이나 3려 통합 등 대부분의 행정 통합에서 행정 효율화가 미흡하다는 결론이다. 특히 예산 절감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권에서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광역행정 통합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떠들어 댄다.
위정자들이 외치는 행정편의 주의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고 행정 효율화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목적과 본질이 주권자인 주민의 뜻이어야 하고 실제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행복을 누리도록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 광역행정 통합은 분권 개헌도, 지방자치ㆍ분권에 관한 법률도 미비한 상태이다.
그리고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명칭, 청사, 균형발전, 피해보상, 기관ㆍ단체 통합, 자치구와 선거제도, 시ㆍ군ㆍ구 및 의회 자치분권 등 그 어떤 실행계획도 없다. 전남광주처럼 통합하고 보자고 해서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을 보라. 정해놓고 통합해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이런 사상누각을 어떻게 떠받칠 것인가? 의아스럽다.
한평생 지방행정의 일선에서 경험한 바로는 국내외의 행정통합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 한국의 청주나 프랑스 레지옹의 오베르뉴론알프처럼 규모의 경제적 성공사례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행정 통합에서 주민들의 자치분권 강화로 생활의 편의와 복리증진 사례는 거의 없다. 국가와 정치권력의 정략적인 행정편의주의 꽃놀이패에 속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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