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의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무산되었고, 대구 신공항과 군부대 이전은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그 사이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인구는 줄고,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의 대구·경북은 ‘정체’를 넘어 ‘퇴행’의 문턱에 서 있다. 이대로라면 정중지와 (井中之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가두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을 완화하는 해법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머물고, 사람이 있어야 지역이 산다. 이 단순하고도 분명한 진리를 외면한 채 구호와 계획만 반복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 해법의 핵심이 바로 ‘앵커기업’이다. 앵커기업이란 단순한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견인하며 협력업체와 인재, 자본을 끌어들이는 중심축이자 플랫폼 역할을 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하나의 앵커기업이 들어서면 관련 중소기업이 연쇄적으로 유입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지역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업은 감성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조건과 이익을 따진다. 입지와 인력, 규제와 세제, 생활환경 등 종합적인 경쟁력이 갖춰져야 움직인다. “왜 오지 않느냐”고 탓하기 전에 “왜 와야 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준비 없이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결론은 분명하다.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산업 기반 구축을 통해 지역 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산업과 연계된 ‘전략적 앵커기업’을 키우고 끌어와야 한다. 여기에 교육·의료·문화 여건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청년은 지역에 머물고, 외부 인재 또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결된 연구개발의 거점이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강점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실질화하고,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며, 앵커기업 유치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책무다.
문제는 태도다. 가만히 앉아서 기업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안 오면 그만”이라는 안일함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실행을 미루는 모습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가깝다. 변화에 둔감한 행정, 말뿐인 계획, 책임지지 않는 조직문화로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제는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앵커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부담으로 느끼는지, 어떤 조건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지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토지, 세제, 인력, 규제 완화, 정주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해 “이곳에 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설득은 말이 아니라 준비된 조건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법 조문과 형식에만 매달리는 인재로는 기업을 설득할 수 없다. 산업을 이해하고, 시장을 읽으며, 기업과 협상할 수 있는 ‘프로형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실행이고, 명분이 아니라 결과다.
지방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소멸은 현실이 된다. 앵커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로 세우고,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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