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윤기 사건은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민낯을 드러낸 비극적 사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그 책임이 무너졌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최근 드러난 경찰 수사 과정은 단순한 부실 대응의 차원을 넘어선다. 피의자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이라는 점과 맞물려 수사팀 및 지휘라인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박 도구 등 핵심 증거가 사라지거나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나아가 수사 지휘부가 범죄의 중대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 증거 인멸과 이른바 ‘봐주기 수사’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은 단순한 과오를 넘어 공정성 자체를 흔드는 사안으로 비화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피의자의 부친 또한 증거 인멸 정황이 확인되면서 국민적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점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하나다. 법 집행기관이 공정성을 잃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수사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며, 그 책임은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규명되어야 하며, 어떠한 예외도 없이 엄정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또 하나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한 사건의 비극을 근거로 전체 형사사법체계를 재단하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 최근 보완수사권 논의 과정에서 등장한 ‘공룡경찰’ 프레임은 국민적 불안을 자극하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냉정한 제도 설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의는 공포가 아니라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현재의 수사 · 기소 분리 구조에서도 검사는 영장청구권과 공소제기 및 유지라는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핵심 장치이며, 권력 분산 속에서도 충분한 견제 기능이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권한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공정하게 행사되었는가에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검찰 권한이 집중되었던 시기에도 적지 않은 한계가 드러났다. 경찰이 치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도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로 종결되거나, 사건이 지연 · 축소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 사례들이 반복되어 왔다. 또한 정당한 경찰의 영장 신청이 청구되지 않거나 반려되면서 수사의 골든타임이 상실되고, 그 결과 더 큰 피해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 역시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현실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느냐’가 아니라 ‘그 권한이 누구를 위해 행사되느냐’에 있다. 공정은 권한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으며, 정의는 제도의 이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국민,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관된 원칙 속에서 구현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상호 견제 구조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권력을 나누는 것은 기관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 역시 스스로를 더욱 엄격히 돌아봐야 한다. 수사심의위원회와 수사심사관 제도를 실질화하고, 부실수사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책임을 묻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동시에 검찰 역시 과거 권한 행사에 대한 성찰 위에서, 견제 권한을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게 행사해야 한다.
法不阿貴라 했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법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정의는 살아 숨 쉰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권력을 위한 제도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한 정의를 세울 것인가.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사법의 전 과정은 하나의 목표로 수렴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 하나, 억울한 피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원칙 앞에서라면 어떤 권한도, 어떤 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탓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과 정의라는 기준 위에서 다시 균형을 세우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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